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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문학의 숲을 거닐다

시칠리아노 2005. 4. 25. 21:08

  * 책이름 :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출판사 : 샘터
  * 저자 : 장영희
  * 독서기간 : 2005년 4월 11~21일
  * 초판 연월일 : 2005년 3월 15일

* 감상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으니 문학과 영 인연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영문학은 학부를 끝으로 책을 덮었으니 책에 나오는 많은 문인들과 글들이 기억에서 가물가물하다. 영어에 재미를 붙여 영문학과에 입학한 첫 해 선배들이 "문학비평잡지를 미리 읽어보고 문학에 대해서 느껴보라"는 말이 무엇인지 한참뒤에 깨달을 수 있었다. 그때쯤에는 벌써 문학보다는 어학, 어학보다는 경영학에 훨씬 많은 관심을 기울린 이후이다.

이 작품의 글들이 나오게 된 계기로 조선일보에서 연재된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라는 칼럼의 요청에서 편집자는 글을 읽고 "아, 이런 작품을 읽어보고싶다"라고 느끼게 해 달라고 저자인 장영희 교수님께 요청하였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장영희 교수님은 그 짧은 글에서 정말로 이런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고 느낄만큼 재미와 진솔함으로 광범위한 문학 그것도 고전의 바다를 헤엄친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는 이 에세이를 대학 신입생 시절에 보았다면 난 문학도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가물가물한 기억의 편린속에 예전에 시험보기위해 외웠던 시들과 소설, 그리고 그 뒷 이야기등이 재미있게 펼쳐지니 느끼지 않을래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문학에세이가 독자로 하여금 고전을 찾아 다시 읽게 만들기는 힘드리라.

장영희 교수님은 앳되고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기억된다. 학교 선배님이시자 교수님인 장영희 교수님은 문학적 열정과 함께 엄하고 호된 교육으로도 기억된다. '고급영작문' 수업을 들으면서 모두들 '도전'한다는 표현을 감히 쓸만큼 매 주 한 작품씩을 소화하고 글을 써야하는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혹시 지금 내가 소위 말하는 '글발'이 있다면 그건 순전히 이 시간에 갈고 닦은 결과라도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무렵 코리아타임스에 연재된 칼럼은 그 당시 모범적인 영어칼럼으로 신문에서 잘라내어 표현법을 밑줄긋고 암기하는 모범답안이기도 했다. 영어로 작성된 그 당시의 칼럼에서도 장영희 교수님의 글은 맛갈스럽고 화려한 언어들이 춤추는 무대이면서 따뜻하고 정감이 넘치는 글이었다. 이번에 읽은 장영희 교수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는 에세이집은 그러한 영어 칼럼에서 느끼던 맛보다 훨씬 더 친근하고 무게있고 화려하다.

책이 발간되자마자 구매하고 책상 한 켠에 자랑스럽게 올려 놓기를 열흘, 모처럼 글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서울대공원에서 진행되는 어린이미술잔치에 참가한 나는 나무그늘 아래서 이 책을 펼쳐든다. 책 사이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벗꽃잎 하나 씩을 책갈피삼아 삼켜가며 에세이를 읽어가니 나는 경영학도 이전에 문학도였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도 든다. 옜 선배의 충고가 이제서야 다시 떠오름은 이 작품은 확실히 편집자의 의도대로 고전을 읽게 만드는 청량제이다.

장애인의 불편함이나 보통사람들의 편견에 대해서도 장영희교수님의 글들이 자주 눈에 띈다. 대학 재학시절에는 장영희 교수님이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별로 해 본 적이 없다. 서강대 특성 상 장애를 가지신 교수님도 계셨고 수녀교수님도 계셨고 학우들도 많았으니 사실 그들이 특별하거나 불편해 보인다고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교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 한 편이 너무 아려온다. 불편함이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편견을 옆에서 지켜보게되니 그 순간의 솔직함을 엿보게 되니 탄식이 많아진다.

책의 말미에 윌리엄 포크너의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라는 인용구와 함께 칼럼을 사정상 접으면서 남기신 신문 칼럼 연재를 읽어온 독자들을 향해서 인사말을 남기면서 이 책은 마무리되지만, 장영희 교수님이 어서 쾌차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드린다.

* 저자소개 :
서강대학교 영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주립대학교 대학원을 졸업,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뉴욕 주립대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1981년에 김현승의 시를 번역해 한국일보의 한국문학 번역상을 수상했다. 2002년에는 '올해의 문장상'을 받았다. 2005년 현재 서강대학교 교수이며 코리아타임스에 'Crazy Quilt'라는 영문칼럼을 13년째 써오고 있다.

번역서 및 저서로 <햇볕드는 방>, <종이시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칼렛>, <톰소여의 모험>등이 있다. 영역서로 <당신들의 천국>(이청준), <현대여류시선>(고정희, 김승희, 최승자, 김혜순)등이 있다.

* 책소개 :
작년 가을 척추암 선고를 받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던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가 얼마 전 다시 강단에 복귀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내 생애 단 한 번> 이후 5년만에 펴내는 문학 에세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조선일보'의 북칼럼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에 실렸던 글들을 모아 엮었다.

영문학자의 길을 걸어오면서 만났던 수많은 문학작품들을 소개하고, 작품의 내용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를 일상사, 가족, 이웃의 사연과 결부시켜 알기 쉽게 풀어냈다. 낯익은 고전 속 인물들과 주제, 작가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장영희 교수 자신이 살아가면서 느꼈던 아픔과 고통, 깨달음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