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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님과 20년만의 해후

시칠리아노 2005. 6. 27. 17:17
필자는 지난 주말을울먹거리는 아쉬움으로보내었다.O 헨리 작품에 [20년후]라고 기억되는 단편소설이 있다. "20년 후"에 이 자리에 만나서 서로를 돌아보자는 약속과 얽힌 줄거리를 독자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올해가 만 20년이 되는 해이고, 20년만에 "졸업 20주년 기념 행사"를 겸하여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을 뵙는 날이다.

지난 주말에 울먹거리게 된 배경에는여러 만감이 교차하고 있어서이다. 2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지 않지만 그렇다고 결단코 길게 느껴져 본 적이 없는 과거이다. 하루 하루를 바쁘고 그리고 성실하게 살았다면20년이라는 과거의 세월이마치 몆 주나몇 개월이 흐른 느낌일 것이다.

20년만에 은사님을 처음 뵙는다는 부끄러움 속에은사님을 뵈었을 때의 첫 느낌은 "많이 늙으셨구나"라는 안타까움이다. 은사님의 말씀대로라면 지금의 필자 나이가 바로 은사님께서가르침을 주시던 20년 전의 나이이다. 20년이 흐른 후 필자의 지금 느낌이 은사님이 20년전에 가지고 계셨던 삶의 느낌이었고 어쩌면 필자의 20년 후의 삶의 느낌이 지금 은사님의 삶의 자세가 될 수도 있다.

결국 20년만의 해후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과 함께 지난 삶과 미래의 삶을 동시에 조명하는 타임머신 속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20년만의 해후지만 무척 안타까운 학급도 있다. 그 학급의 담임께서는 이미 고인이 되셨고 20년만에 다시 뭉친 급우들이건만 반겨 줄 담임이 안 계신 경우이다. 한편 20년이 지난 지금 정정하던 모습이 간데 없고정년퇴임 후건강이 예전같지 않아 "선생님. 접니다"라고 손을 잡지만 "그래, 왔구나!"라는 한 마디로 지난 삶을 요약하고 모든 감정을 실어 보내는 그만큼 늙어 버린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학급도 있다. 지금도 정정하시고 힘이 넘치는 필자의 담임선생님을 뵈니 상대적으로 고맙게 느껴질 정도이다.

10년후면 졸업 30주년 기념모임을 갖게 될 예정이다. 20년이 그리 빨리 지나갔고 지금은 어느 한 위치에 올라 선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이라면, 30주년 기념식은 아마 50 나이를 채운, 이룬 것 보다는 힘겹게 지켜내야 하거나 서서히 물러설 준비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때가 될 것이다.

독자께 드리는 가슴아픈 경험이다. 너무 늦지 않도록 은사님을 찾아 뵈어라. 은사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성공한 제자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보다 찾아 뵙고 인사드리는 것이다.20년만의 해후에서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 아니라 기쁨만이 배가되기 위해서는 지금 수첩을 꺼내들고 은사님을 찾아 뵐 날자를 적어보는 것이다.

나이가 지긋한 은사님을 뵈올 때 필자 여러분의 현재와 미래, 삶의 철학 등을 반성하고 점검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