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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본문

독서후기

아내가 결혼했다.

시칠리아노 2007. 6. 21. 09:46
* 책이름 :아내가 결혼했다
* 출판사 :문이당
* 저자 : 박현욱
* 독서기간 : 2007년 5월 22~25일
* 초판 연월일 : 2006년 3월 15일



* 저자소개 :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91년에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동정 없는 세상>으로 제6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을 수상했고, 2006년 <아내가 결혼했다>로 제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책소개 :
"모든 것은 축구로부터 시작되었다."

<동정 없는 세상>, <새는>의 작가 박현욱의 신작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가 출간됐다. 이중(二重) 결혼을 하려는 아내와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남편의 심리를 흥미진진한 축구 이야기와 결합시킨 소설이다. 2005년 <미실>의 김별아에 이은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사랑하는 아내가 어느날 불쑥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과 이혼하지 않은 채.(둘 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반이라도' 갖고 싶은 덕훈은 완전히 쿨해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소유욕에 불타 미쳐버리지도 못한 어정쩡한 상태로 아내의 결혼을 수용한다.

"인생은 축구장과도 같다. - 월터 스콧" 덕훈의 인생은 이후 난장판이 된 축구장을 뛰는 한심한 선수 신세가 되어 버린다. 제대로 골 한번 날려 보지 못하는 소심한 공격수에, 수비는 꿈도 못 꾸고, 한 골대에서 또 다른 골키퍼와 경쟁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 속에 놓인 것이다

작가는 '결혼'이라는 결정적 한 골을 희망한 남자와 2명의 골키퍼를 동시에 기용한 한 여자의 반칙 플레이를 통해, 오늘날의 독점적 사랑과 결혼제도의 통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약간은 낯선 '폴리아모리(polyamory.비독점적 다자연애)'의 결혼관을 빠른 템포로 거침없이 밀고나간다. "젊다. 빠르다. 신선하다. 부지런하다. 흥미진진하다"라는 성석제의 추천글대로, 한 호흡에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경쾌한 발놀림의 소설이다.

이야기의 단락마다 주인공의 상황과 맞물리는 축구의 역사, 현재 활약하고 있는 축구 선수들의 인생과 그를 둘러싼 에피소드, 축구와 관련된 사건, 축구 상식 등을 절묘하게 병치시켰다. 사랑의 고통, 누군가를 사랑하고 '행복'해진다는 것의 의미, 작가의 말대로 결국 행복해지기 위한 삶의 조건에 대한 '고찰'이 담긴 흥미로운 작품이다.

*감상 :
제 2회 세계문학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발칙한 제목에 발칙한 상상력에 더해 베스트셀러로 등단하였다. 아직 낯선 이름의 저자의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특이하지만, 이 작품 덕에 이어지는 제 3회 세계문학대상과 제 1회 세계문학대상에서 수상한 작품까지 덩달아 판매가 더해지고 있음도 이채롭다.

발칙한 제목만큼 남편들이 반발이 거센 작품이라는 평에서 볼 수 있듯 지금까지의 남자 중심의 일부다처제가 아닌 일처다부제를 이 작품에서는 논하고 있다. 문화인류학적으로 일처다부제가 타당하다는 식의 고지식한 논리라면 이 책이 내용이 제목만큼 발칙하지는 않겠다. 이 작품에서는 일처다부제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쿨한 남편의 이야기에 기초해서 말도 안되는 상상력을 현실의 세계로 끌어내리는 작품의 플롯이 매력적이다.

숨쉴틈 없이 빠른 템포로 연애에서 결혼까지를 이어가는 주인공의 생활을 스페인 대표적인 축구팀의 대결을 통해 중간 중간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도 멋진 구성이다. 축구룰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이 쉬어가는 공간이 긴장감을 잠시 멈추는 장치로 활용되지만 혹 유럽 축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남편과 아내의 대결을 다시 한 번 복습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작가는 이색적인 소재를 선택하여 오늘날의 결혼관을 거침없이 비판하면서 이를 재미와 함께 선사하고 그럴 듯한 플롯과 그럴 듯한 상황 전개로 어쩔 수 없이 작가의 논리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꽤나 거친 플레이를 진행하고 있다. 이 거친 플레이를 보면서 그래도 받아들이기 힘들어 기분이 나빠지거나 혹은 "말된다"라면서 작품의 끝을 확인하는 독자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한다.
일처다부제를 강하게 주장하는 작가보다 일처다부제를 논하면서 행복한 결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를 작가는 원하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