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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독서후기]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시칠리아노 2014. 12. 14. 15:38

* 제목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 출판사 : 휴머니스트
* 저자 : 김산해
* 독서기간 : 2014년 12월 1~5일 
* 초판 연월일 : 2005년 1월 10일 

* 감상

'길가메쉬 서사시'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문명에 대한 기록이다. 최초의 신화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책을 읽었다.

약 7300년 전, 이라크 남부 유프라테스 강 근처에서 수메르 문화가 시작되었다. BC 2812년 경 수메로 문화의 우루크 왕조 5번째 왕으로 추대되는 길가메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이 서사시이다. 히브리족의 조상이며 최초의 족장인 아브라함의 출생이 BC2123년이고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시점이 BC1440년이니 전체적인 시간의 윤곽이 머리속에 그려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의의를 지닌고 있다. 첫째는 인류가 기록한 최고(古)의 영웅신화라는 관점이다. '길가메쉬’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돌킨의 ‘반지의 제왕’ 같은 영웅문학의 출발점이다. 또한 죽음에 관한 공포를 가장 처절하게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주인공 길가메쉬의 여정에서 영웅의 모험담을 듣는 것도 재미있지만 죽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영웅의 공포와 몸부림에서 인생의 단절을 묘사하는 솜씨도 놀랍다.

죽음을 이겨낼 비방을 찾기 위하여 다시 여행을 떠나는 길가메쉬에게 여인숙의 주인인(지혜의 여신 분) 씨두리가 전하는 말을 들어보자.

“길가메쉬. 자신을 방황으로 몰고 있는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요? 당신이 찾고 있는 영생은 발견할 수 없어요. 신들은 인간을 창조하면서 인간에게는 필멸의 삶을 배정했고, 자신들은 불멸의 삶을 가져갔지요. 길가메쉬. 배를 채우세요. 매일 밤낮으로 즐기고, 매일 축제를 벌이고, 춤추고 노세요. 밤이건 낮이건 상관없이 말이에요. 옷은 눈부시고 깨끗하게 입고, 머리는 씻고 몸은 닦고, 당신의 손을 잡은 아이들을 돌보고, 당신 부인을 데리고 가서 당신에게서 즐거움을 찾도록 해주세요. 이것이 인간이 즐길 운명인 거에요. 그렇지만 영생은 인간의 몫이 아니지요.” - p.272

이 책을 접하는 또 다른 의미는 최초의 창세 신화를 읽고자 하는 호기심에 있다. 수메르의 창세신화를 읽다보면 인간의 창조에서 노아의 대홍수 등과의 연결고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872년 런던 성서 고고학회에서는 성경의 대홍수의 내용이 그 보다 시대적으로 앞선 수메르 신화에서 고스란히 발견되는 충격적인 해독을 완성하였다. 더우기 바벨탑의 신화, 인간의 창조 과정 등도 수메르 신화에 언급되어 있다. 이는 수메르어로 시작된 메소포타미아의 종교적.신화적 전승이 후대에 옮겨졌고, 약 2500여 년 전까지 국제 공용어로 위력을 떨쳤던 악카드어 저작물이 히브리 신화와 그리스 신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이해함이 타당할 것이다. 

그간 그리스 신화와 문명에 밀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보다 2천년 전에 쓰여진 ‘길가메쉬’를 접하는 것은 놀라운 기회이다. 더우기 한국인 연구자인 저자의 해설과 함께 시대적 배경과 다양한 사진 자료와 함께 신화를 통독하는 일은 작은 축복이기도 하다.

역사점 관점에서 접근해도 좋을 책이며, 신화적 또는 종교적 관점에서 접근해도 좋을 책이다. 그도 아니라면 주인공 길가메쉬의 영웅담과 여행에서 나만의 재미와 가슴저림을 느껴봄도 좋겠다.

* 저자소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신화와 인류학을 공부하였다. 20여년 동안 수메르의 신화, 역사, 문명을 연구하고 수메르어, 악카드어와 같은 고대어를 해독하였으며, 현재도 지리산에 살면서 수메르에 대한 본격적인 작품들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신화는 수메르에서 비롯되었다>가 있다.

* 책소개

'길가메쉬 서사시'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보다 1,700년이나 앞서 씌어진 이야기로, BC 2812년부터 126년동안 우르크를 통치했던 영웅 길가메쉬 왕의 이야기다. 길가메쉬 왕은 역사적인 인물이며 동시에 신화적인 영웅이기도 한데, 이 유서 깊은 이야기는 점토서판으로 기록되어 있다가 19세기에 들어서야 마침내 해독, 알려지게 되었다.

국내 처음으로 수메르어 판본과 악카드어 판본으로 구성된 점토서판 원문 모두를 음역하고 한역하여 길가메쉬 서사시를 소개하는 책이다. 두 판본을 연구, 번역하여 한국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쓴 것이 특징이며, 해설을 두어 설명을 보강했다.

1부에는 길가메쉬 서사시가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2부에는 길가메쉬 서사시의 본 내용이 소개된다. 3부에서는 길가메쉬 서사시를 음역하여 써 내려가며 느꼈던 저자의 감상문으로 재미를 주고, 4부에는 길가메쉬까지 이어지는 왕명록과 이후 등장한 악카드의 연대기를 정리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그간 그리스 신화와 문명에 밀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류 최초의 문명지역이었던 수메르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접할 기회가 될 책. 또한 길가메쉬 서사시가 얼마나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