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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독서후기]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시칠리아노 2005. 9. 29. 14:04

* 책이름 :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출판사 : 청어람미디어
* 저자 : 다치바나 다카시
* 독서기간 : 2005년 9월 28일
* 초판 연월일 : 2001년 9월 10일

* 감상 

책을 선택하는데 꽤 빠른 편이다라고 생각하는데 초판일을 살펴보니 2001년 9월이다. 일본 저자의 글을 썩 내켜하지 않는 나의 편견때문에 좋은 책을 선택하는데 수 년이 걸린 셈이다. 2005년 들어서 이 책이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끄는데는 [사색기행]이라는 최근의 출간으로더욱 유명해진 다치바나 다카시의 다른 저서를 손에 넣고 싶어서이다. 워낙다작을 남긴 저자인 바 그 영역이 너무 넓어 가볍게 선택할 수 있는 책으로는 지금 선택한 [나는이런 책을 읽어 왔다]라는 이 저술이 딱 어울리는작품이다. 더우기 [사색기행]을 통하여 저자의 다작과 다독을 눈치 챈 독자라면 저자의 독서술에 대한 남다른 호기심을 갖게 된다.

부제로 붙어 있는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에서 보이듯작품의 내용은 주로 독서와 관련한 저자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사색기행]에서 익숙해 져 있듯이 대부분의 글이 강의록과 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독서론이라는 관점에서 모아 둔 책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독서론 관련하여 국내의 여러 필자들이 저술한 바, 독서론 그 자체만으로는 새로운 것이 없다. 내가 쓴 독서론 관련한 블로그의 글도 이제 보면 다치바나 식 독서론과 사뭇 비슷한 점이 너무 많다. 하지만 세계적인 독서광이라고 해도 좋을 다치바나 다카시와 견줄 만한 독서론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저자는 독서를 통하여 지금의 모든 것을 이룬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고, 다른 필자들은 다 이룬 후에 독서론을 저술한 것이니 그 어찌 내공의 수위가 같겠는가?

독서론 그 자체만으로는 "참으로 독특하다"라고 꼬집어서 말할 만한 것은 없을 지도 모른다. 독서광이라면 비슷 비슷한 독서술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하지만 저자 특유의 날카로운 비판과 겁없는 솔직함이 두드러진다. 책을 빨리 읽어 내는 내 경우에는 출퇴근하면서 독서하는 시간이 많아 필기하고 줄을 긋기보다 더 없이 놓치기 싫은 좋은 문구가 있는 경우 페이지 귀퉁이를 접어 놓는 것이 유일한 표시이다. 결국 좋은 책은 수 없이 접혀진 표식이 많다라고 봐도 많이 틀리지는 않는다. 책을 들어 귀퉁이를 보니 책의 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많은 페이지가 더덕 더덕 접혀져 있다. 처음보다 뒤로 가면서 더 많은 것을 남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가장 특이한 것은 서재론이다. 독서론이야 나름대로 나만의 독서기준도 있고 독서술도 있으니 그렇구나 하고 넘기는 부분이 많지만 서재론은 처음이다. 세계 최고의 독서광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저자의 서재론 하나만을 엿 본 (실제 그림으로 엿볼 수 있는 삽화가 있다) 것 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분명 모든 사람에게 가치있는 책은 아니리라. 하지만 독서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일독하기를권한다. 독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열릴 것이다.

* 저자소개

지(知)의 거장으로 손꼽히며 이 시대 최고의 저널리스트 및 평론가이다. 현재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환경과, 리교대학 대학원 21세가 사회디자인 연구과의 특별 교수로 활동 중이다. 1940년 나가사키 현 출신으로, 1964년 도쿄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문예춘추」에 입사해 『주간문춘』의 기자가 되었으나 1966년 퇴사하여 다시 도쿄대학 철학과에 입학, 재학 중 평론 활동을 시작했고 1970년 대학을 중퇴했다. 특히, 1974년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 - 그 인맥과 금맥>에서 다나카 전 수상의 범법 행위를 파헤쳐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후 사회적 문제 외에 우주, 뇌를 포함한 과학 분야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1979년 <일본 공산당 연구>를 발표하여 고단샤 논픽션상 수상, 1983년 ‘철저한 취재와 탁월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보다 넓은 뉴저널리즘을 확립한 문필 활동’을 인정받아 문예춘추사가 수여하는 기쿠치 간상 수상, 그리고 1998년 제1회 시바료타로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지식의 단련법> <청춘표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천황과 도쿄대> <다나카 카쿠에이 연구 - 그 인맥과 금맥> <멸망하는 국가> <우주로부터의 귀환> <임사체험> <뇌를 단련하다> <뇌사> < 원숭이 학의 현재> 등이 있다.

* 책소개

밤과 새벽 사이, 미네르바의 부엉이도 제 둥지로 날아드는 시간. 나는 옥상으로 연결된 비밀계단을 타고, 이 위대한 석학이 한 귀퉁이에 잠시 새우잠을 붙이는 동안, 그의 서재인 '방심할 수 없는 검은 고양이 요새' 3층을 살짝 들여다 보는 상상을 한다. 그 곳, 중세 신비주의와 이슬람과 남미 인디오의 파피루스들이 천개의 눈을 밝히고 있는 곳.

문예춘추사의 기자로서 활동하다가 다시 철학을 공부하기 위하여 도쿄대학에 재입학, 그때부터 끊임없이 책과 세계를 향한 지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편력을 이어왔던, 일본 최고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가 펼쳐내는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이다.

한 사람을 취재하기 위해 대담료보다 더 많은 책을 사보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번 주머니돈으로 페르시아 가정교사를 고용하던 시절 이야기, 정말 원하는 책 골라보는 법, 고양이빌딩을 짓기까지 서가 제작과 건축에 대한 저자 나름의 독특한 기준, 넘쳐나는 책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공모하게 된 비서모집 체험기, 현재 일본 출판 시장의 상세한 현황과 미래에 대한 조망 까지. 지(知)의 거장답게 깔끔하면서도 생생한 필체로 전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실용적인 지적욕구와 순수한 지적욕구 뿐 아니라, 여성 주간지적 지적 욕구까지 모두 충족시켜 주는, 책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한마디로 꼭 가지고 싶은 책. 책 사이, 그의 3층짜리 고양이빌딩 서재를 속속들이 스케치한 삽화가 예쁘게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