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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스페인 너는 자유다

시칠리아노 2007. 1. 8. 20:26

* 책이름 : 스페인 너는 자유다
*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 저자 : 손미나
* 독서기간 : 2007년 1월 3~5일
* 초판 연월일 : 2006년 7월 28일

* 저자소개: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언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KBS 공채 24기 아나운서로 입사하여 '가족오락관', '도전! 골든벨', 'KBS 주말 9시 뉴스', '세계는 지금'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06년 현재 'HAPPY FM 손미나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문화지대 사랑하고 즐겨라', '세상은 넓다', '아침마당 토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 책소개 :
아나운서 손미나, 겉에서 보기에도 화려하고 탄탄한 길을 걷고 있든 그녀가 속칭 '잘 나가던' 시기에 갑자기 짐을 내려놓고 스페인으로 떠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언론학 석사과정을 밟겠다는 것이었지만, 책에 담긴 내용을 읽어보자면 그녀가 갈구하던 것은 정열을 품은 자유였다.

대학에서 서반아 문학을 전공하며 늘 작가의 세계를 동경해왔던 그녀는, 아나운서 일을 하는 도중에도 짬날 때마다 한 줄씩 글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그렇게 갈고 닦은 글쓰기는 스페인 체류기를 통해 멋지게 빛난다.

스페인 관광정보 가이드북 정도로 이 책을 생각했던 독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저자는 스페인으로 떠나기 위한 결심을 한 시작에서부터 스페인에 발을 담그며 중독되는 과정을 생기발랄한 문체로 서술한다. 문화의 차이로 인해 빚어지는 다양한 해프닝의 결말은 모두 즐겁다.

명소들의 소개도 빠뜨리지 않았다. 피카소가 즐겨 찾았다는 식당, 설계한 가우디가 사망한 후에도 계속해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쇼팽이 연상의 연인인 조르주 상드와 머물렀다는 발데로사의 수도원 등이 멋지게 담겨있다. 체류 도중 만난 반가운 한국인과의 에피소드들도 중간중간 담겨있다.

* 감상 :
나는 손미나라는 아나운서를 알지 못한다. 스페인과 자유라는 두 단어만을 보고 이 책을 선택하였다. 한편 책을 펼치기가 두렵다. 불투명한 스페인 여행기이거나 바르셀로나 이야기만 잔뜩 써 있거나 혹은 스페인 남부 이야기만 잔뜩 설명하여 환상을 주는 반쪽짜리 스페인 이야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기우와는 달리 이 책은 제대로 된 스페인 여행기이다. 스페인을 사랑하고 스페인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전문가의 머리와 가슴이 몽땅 담겨있다. 스페인 남부의 열정과 바르셀로나의 예술과 마드리드의 삶, 그리고 스페인 사람의 진실에 대해서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스페인은 다양성을 가진 나라이다. 역사도 다양하거니와, 문화도 다양하고 스페인 안의 작은 나라의 특색도 다양하다. 예술도 그러하고 심지어 토양도 그러하다. 스페인의 단면만을 바라 본 여행객들은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함과 진실이 있다.

이 다양함과 진실을 꾀어 볼 때 "자유"라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자유"라는 단어를 스페인과 연결할 수 있는 독자라면 스페인을 제대로 이해하는 독자라고 해도 좋겠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탈출한 일에서의 자유와 함께 스페인에서 얻은 자유의 철학을 이 책에 담아 내고 있다.

나는 스페인 지역전문가로 파견되어 손미나 아나운서처럼 1년동안스페인의 구석구석을 연구한 바 있다. 때로는 두꺼운 스페인 관련 자료를 번역하면서 때로는 스페인 구석 구석을 여행하면서 그리고 수 많은 스페인 관련 글을 연재하면서 스페인의 자유를 흠뻑 누린 바 있다.

그렇게 귀국한 지 10년 된 지금 그때의 심정과 상황을 가장 비슷하게 써 내려간 책을 이제서야 발견한 셈이다. "스페인"과 "자유"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홀로 한국에 남아있던 아내가 눈을 흘긴다. 아내의 눈빛을 피하면서도 가슴 한 켠에 전해오는 스페인의 자유가 사뭇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