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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를 위한 멘토링

6월 모평 전략 - 밥과 똥의 철학

시칠리아노 2018. 5. 23. 14:15

6월 모평이 얼마남지 않았다. 고3 수험생의 경우 6월 모평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설정한다. 남은 수험기간을 전략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증명받는 시험이다. 이를 기준으로 지원이 가능한 대학을 선정할 수도 있고 남은 기간에 전력질주할 과목을 가늠할 수도 있다. 수시와 정시 지원 전략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문제는 6월 모평에서 기대보다 좋은 점수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1학년, 2학년 때 좋은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던 학생의 경우 6월 모평에서 좌절을 경험하는 경우가 흔하다. 남은 수 개월의 기준을 설정하는 중요한 시험이라는 점이 함정이다. 가장 중요한 시험이라 가장 망치는 시험이 되기 쉽다. 더 큰 문제는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최종 결전의 날 수능에서 시험을 망치는 최악의 우를 범하게 된다. 

2학년까지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다 3학년 들어 뚝 성적이 떨어지고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제자리인 한 학생의 경험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학생의 멘토인 학원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다. 

“3학년 들어 부담이 많이 되니?”
“1교시 국어시험 문제를 받아들면 어떤 생각이 드니?”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어떤 생각이 드니?"

이렇게 시작된 질문에 아이는 울음을 터트린다.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부담감과 걱정때문이다.

'이 시험을 망치면 어찌 될까?'
'1교시 국어시험부터 망치면 어찌 될까?' 

이런 걱정을 안고 1교시 국어 지문을 받아들 때 출제의도가 보일리 만무하다. 머리 속에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또아리를 틀게 되고 걱정하시는 부모님과 기대하시는 선생님과 스스로를 격려하던 그 자신의 모습이 동시에 투영된다. 이미 정답은 멀리 사라지고 출제자의 함정에 나도 모르게 빠지게 된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시험지와 일정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시험문제에 폭 빠져있으니 주변이 보이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밥과 똥의 철학이다. 밥 먹을 때 똥 생각을 하면 밥 맛이 날 리 없다. 밥 먹을 때는 밥 만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밥의 따스함도 느껴지고 밥의 맛도 느껴지는 법이다. 

한편 시험문제를 받아들 때 이를 해결해야 할 어려움이라고 생각하면 이는 똥이다. '이 시험을 잘 봐야지' 걱정한다면 이는 똥이다. 모평이 걱정스러워 죽을 것 같다면 이는 똥이다. 똥 생각을 하는데 성적이 잘 나올 리 없다.

시험문제를 받아들 때 이를 어려운 게임의 한 스테이지라고 생각하자. 이게 밥이다. 이 시험을 통해 내 실력을 명확하게 짚어보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자. 그래서 평소 실력보다 더 잘 볼 필요도 없고 그저 평소점수가 목표라고 생각하자. 이게 밥이다. '모평은 모평일 뿐'이라고 생각하자. 이게 밥이다. 

어려운 국어 지문을 만났을 때 ‘아, 망했어!’라고 똥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 그래? 출제자의 의도가 뭘까? 찾아볼까?’라고 밥을 생각하자. 문제를 받아들고 문제에 파묻히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문제를 바라보자. 마치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지휘자처럼 멀리서 문제를 바라보면 함정도 보이고 답도 보이고 출제의도도 보이고 지문의 주제도 보인다. 

참 우스워보이는 밥과 똥의 철학이지만 의외로 효과가 놀랍다. 밥 먹을 때는 밥 생각만 하는 것. 이게 모의평가를 잘 치르는 방법이다. 

이 아이가 수능장에 들어서기 전, 마중나간 부모는 아이에게 딱 한 마디만 전했다. “밥과 똥. 알지?” 그 아이는 지금 고등학교 3년 동안 한 번도 넘어서지 못한 점수를 얻고 꿈으로만 생각하던 명문대에 재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