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곤의 작은 공간 큰 세상

[독서후기]쾌자풍 (3) 본문

독서후기

[독서후기]쾌자풍 (3)

시칠리아노 2013. 1. 21. 11:51

* 제목 : 쾌자풍 (3)
* 출판사 : 해냄
* 저자 : 이우혁
* 독서기간 : 2013년 1월 20일
* 초판 연월일 : 2012년 11월 30일

* 먼저 읽기 : 쾌자풍 (1) / 쾌자풍 (2)

* 감상

쾌자풍 (3)은 집단이나 사회, 상황 등에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 인간상을 제시한다. 주인공 지중희는 조선 포졸로서의 의리와 해학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뛰어난 기개나 철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조선인 포졸로서의 원칙만을 지키다 보니 우연히 그럭저럭 문제가 해결이 되거나 혹은 반대로 문제가 꼬이는 식이다. 그 과정이 해학적이고 유쾌하여 글을 읽는 내내 책을 손에서 떼어낼 수가 없다.

걸죽한 입담도 사실적이고 때로는 민망하기도 하지만 꾸밈없는 주인공의 솔직한 심정이 그때 그때 표출되어 시원하다. 가끔은 주인공의 그러한 솔직함이 상대를 당황스럽게 하거나 혹은 진심을 숨긴 고수로 취급받기도 한다. 주인공이 상황을 유도하지 않았으나 문제가 해결되는 변수로 작용하며 그 과정을 독자로서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3권에서는 무림의 기재들이 모두 출현하고 모든 문제의 원흉인 우담선생도 등장한다. 책의 말미에는 후일 양명학을 창시하는 어린 소년을 만나는 등 본격적으로 판이 커지는 느낌이다. 무림의 기재들과 함께 하지만 무림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큰 이슈도 없었는데 서로 죽고 죽이는 무협지의 이야기를 벗어나 해학이 담긴 이야기책을 만들고 싶었다는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재미있게 읽었던 3권이다. 더우기 매 월 한 권 정도로 신간이 출간되니 글 읽는 재미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느낌이라 더욱 좋다. 4권을 기대해 보자.

* 저자소개

천만 부에 육박하는 경이적인 판매 기록을 세운 베스트셀러 『퇴마록』으로 ‘한국형 판타지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은 대중문학 대표 작가이다.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상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설계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 때부터 아마추어 연극, 뮤지컬 등에 깊은 관심을 보여 13편 이상의 극에 연출, 출연했으며, 하이텔 고전음악 동호회에서 한국 최초의 순수 아마추어 오페라 「바스티앙과 바스티엔느」를 각색, 연출하기도 했다.

1993년 종합 인터넷 서비스망인 하이텔에 『퇴마록』을 연재하면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것에 힘입어 이듬해 단행본으로 출간, 한국소설의 기린아로 급부상했다. 현실과 역사를 기반으로 탁월한 상상력을 펼침으로써 큰 호응을 얻은 작가는 이후 『왜란종결자』, 『파이로 매니악』 등을 연이어 출간하여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렸다. 2003년에는 중국의 역사 왜곡에 반기를 들며 고대의 제왕 ‘치우’를 소설화한 『치우천왕기』를 세상에 내놓아 독보적인 역사관과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시하여 독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바 있다. 2010년에는 사이코패스와 광기의 인간 군상을 통해 주체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바이퍼케이션-하이드라』를 출간했고, 2012년 15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국형 역사 팩션 『쾌자풍』을 출간하여, 매 작품마다 새로운 문학 세계를 개척하며 신선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책소개

이우혁 작가의 한국형 역사 팩션 <쾌자풍> 세 번째 책. 이우혁 작가는 <쾌자풍>에서 조선의 태평성대라 불리는 성종 때 조선 땅과 중국 대륙을 휘어잡고 있던 명나라, 동북아시아의 맹주가 되기 위한 세력을 키우고 있던 여진을 아우르는 호방한 스케일을 그대로 유지하되,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인 '해학'으로 조선 포졸의 모험담을 풀어놓는다.

2권에 이어, 3권에서는 지종희 때문에 남궁 대협, 사대기재, 동창요원을 포함한 중원 무림의 절반이 조선 국경, 여진의 땅에 모이게 되면서 마침내 살인사건의 진짜 배후이자 음모를 꾸미고 있는 흉수와 맞닥뜨리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림 고수나 동창의 2인자도 그 앞에서는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 되는 얼토당토않은 자신감을 가진 주인공 지종희이지만, 원칙과 상식을 지키며 '문(文)'을 중시하는 조선 선비 같은 행동만큼은 존중한다. 또한 형과 약속한 '사람으로서의 선만은 넘지 않는다' 즉 모든 사람의 목숨을 귀히 여기겠다는 마음속의 한 가지 원칙이 모든 사건을 일으키는 동시에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며, 허무맹랑한 무공으로 의미 없는 죽음을 남발하는 여타의 무협소설과 차별점을 가진다.

신분의 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지종희의 방식은 대의를 위해 약자를 희생해도 된다는 강한 자만의 논리에 의문을 던지고, 권력, 명예, 부에 구속받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와 기준을 세우며 기존의 권위를 모두 무너뜨린다. 그러나 이러한 날카로운 주제의식을 우리 민족 고유의 '해학'을 바탕으로 한 웃음으로 버무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하여 20년 필력의 만만치 않은 작가적 역량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