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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멘토링

명함에서 자신의 이름만을 남기고 찢어 버려라 !

시칠리아노 2003. 10. 31. 13:19
벤처 붐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력관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2000년 봄을 기억해보면 자신의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많은 임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2000년 봄이라면 벤처 시장의 활성화로 대기업의 고급인력들이 급격하게 벤처로 이동하였고 대기업에서는 IMF를 거치고 이제 조직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고급인력들을 붙잡을 명분이 약해 인력관리에 구멍이 뚫렸던 우리나라 기업 역사상 IMF와 곧 이어지는 벤처로의 인력 이동만큼 인력관리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였던 사건은 없었다. 기업의 임직원들은 누구나 벤처로 가면 높은 연봉과 직급을 누릴 수 있고,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이라는 행복한 착각을 하였다. 주변의 고급인력들이 벤처로 이동하면서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을 보고 자신도 그 사람보다 못할 게 없는데 그만한 연봉 이상을 받지 않겠느냐는 자위를 하면서 떠나고 싶을 때 언제든 떠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보여 주던 임직원들도 많다.

갑작스런 벤처 붐으로 벤처에서는 대기업에서 훈련받은 뛰어난 인재가 필요해서 버블이 일정부분 끼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이제는 그러한 버블이 사라지고 대기업으로 돌아가지 못함을 후회하는 벤처인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나 우리 한 번 냉정하게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주변 지인들의 경력관리를 위해 상담을 하면서 가장 안타깝고 당황스러운 일은 자신들의 시장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할 줄 아는 사람들이 의외로 없다는 점이다. 자신의 가치와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의 가치를 혼동하여 조직의 가치가 자신의 가치라고 착각하는 우를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범하고 있다.

미안하지만 좀 더 뼈아픈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필자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1% 안에 들어가는 고급인재라는 자타의 공인속에 안주하던 1997년 경, 새로운 조직에서 높은 연봉을 받기를 희망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외국인회사로의 이직을 준비하고 이력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필자는 그 당시 국내 최고의 기업에서 최고의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부에서 최고의 지역 마케팅을 담당하는, 그야말로 필자의 그날 영업활동 결과가 그날의 저녁 9시 뉴스에서 언급되는 국내 수출경기의 체감정도를 좌우한다고 내심 자랑스러워했었고 여러 외국인 회사에 제출한 이력서들이 다 통과되어 어느 외국인 회사에서 일할 것인지만 결정하면 된다라고 생각하였다. 그 결과는? 참담하게도 어느 외국인 회사로부터도 합격 통지서를 받지 못하였다. 분개한 필자는 외국인 회사에 다니는 여러 선배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무엇이 문제인지 하나씩 짚어가기 시작했다.

조직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를 필자를 알지 못하였다는 것이 이유이다. 그보다는 개인의 가치는 높으나 개인의 가치를 나타낼 수 있는 어떠한 타당성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이다.

지금 재직중인 기업에서 자신만만한 독자들은 필자와 함께 지금 냉정한 시험을 해보자. 작성된 이력서를 내밀어 보라. 모 기업, 모 부서에서 어떤 일을 했다라고 정리되어 있는 그러한 이력서를 자신의 내재가치가 감안된 부드러운 눈길로 쳐다보지 말라. 그저 인사팀의 인력관리 담당자라고 생각하고 무심한 눈으로 쳐다보라. 혹시 그 이력서가 국내 기업에서 일하는 수 십만의 인재들이 작성하는, 누구라도 비슷하게 작성하는 이력서의 모습은 아닌가?

아직도 모르겠는가? 그렇다면 다른 실험을 하나 더 필자와 함께 해보자.
가지고 있는 독자의 명함을 꺼내보라. 그리고 독자의 이름만을 남기고 조직의 이름이 새겨진 부분, 사업부의 이름이 새겨진 부분, 부서의 이름이 새겨진 부분들을 모조리 떼어 찢어 버리라. 그리고 이제 독자의 이름만이 남아 있는 그 명함을 다시 들여다 보라. 그 이름에서 어느 정도의 시장가치를 인정받는가?

조직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를 함께 보지 말고 개인의 가치만을 냉정하게 평가해보라. 이름만이 남은 그 명함이 빛을 발하기 시작할 때 독자는 이직의 두려움에서 연봉과 직급의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키워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