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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조금씩 내리는 눈은 쌓이지 않는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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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조금씩 내리는 눈은 쌓이지 않는다.

시칠리아노 2003. 11. 13. 14:01
필자가 자주 받는 독서법 관련 질문은 "얼마나 많은 책을 독서하는가?"와 ""어떻게 그리 빨리 책을 읽을 수 있는가?"로 크게 압축된다. 필자가 얼마나 책을 많이 읽는 지는 딱히 계산해본 적은 없으나 한 달 평균 20권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는 결코 다독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올해 들어 읽은 시집이 한 권도 없다면 다독이 아니라 오히려 편식에 가깝지는 않을까?

어떻게 빨리 책을 읽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만 우선 답을 하고자 한다. 필자가 이와 같은 질문을 받으면 항상 대답하기를, "날마다 조금씩 내리는 눈은 쌓이지 않는다"라고 답한다. 매일 매일 조금씩 내리는 눈은 금새 녹아버려 효과가 없다. 오히려 한꺼번에 내린 폭설이 오래 남는 법이라고 설명한다.

필자는 하나에 주제에 집중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최근의 마케팅기법에 관심이 있다면 필자는 서점을 방문하여 관련분야의 대부분을 뒤져 해당도서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스타일이다. 10여권의 동일한 주제의 책을 읽을 때 한 권을 집중해서 읽지만, 다음 권부터는 같은 내용이 중복되기 마련이다. 책을 세권, 네권 더해 나갈수록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더우기 동일한 주제를 한꺼번에 읽다 보면 서로 다른 책에서 보완적으로 부족한 설명이 보충되가도 하여 필자로 하여금 완벽한 하나의 범주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준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동일한 주제와 관련된 수 십권의 책을 한 주에 소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내리는 눈은 쌓이지 않는다는 필자의 주장을 이제 이해하였으리라 본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주제에 우선권을 부여하여 독서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새로운 주제에 다양한 책들이 출간될 것인바, 미리 방어벽을 치는 작전이다. 새로운 주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기 전에 그 분야의 관련된 서적 전체를 독서한다. 이럴때 자연스럽게 관련 도서가 거의 없거나 몇 권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몇 권만 읽으면 해당 주제의 모든 책을 읽게 되는데 주저할 것이 무엇인가? 미리 선구자의 입장에서 서술된 신주제의 책들은 대부분 하나 하나 자세히 그 배경와 의미를 설명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주제와 영역에서 기틀을 충실히 다져 둔다면 향후에 출간되는 관련 서적을 찾아 독서하는 것은 매우 쉬운 접근일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저서를 출간한 그 저자들 역시 필자가 읽었던 동일한 저서를 똑같이 독서하였을 가능성이 높으니 새로운 저서 출간 이전에 이미 그 도서를 읽은 바와 다름없지 않은가?

다른 비법 하나는 필자의 직업과 관련이 있다. 하루에 필요하다면 수 천 페이지를 읽어야 하는 컨설턴트의 입장에서는 모든 정보를 모두 암기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수 천 페이지의 핵심만을 이해하고 나머지는 필요 정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지를 이해하는 Know-whare가 더 중요하다. 결국 독서를 하면서 필자는 반드시 만년필과 함께 한다. 책의 좌우 여백에 중요한 정의, 배경, 사례, 아이디어, 시사점 등과 같은 단어로 참고하여야 할 부분을 표시한다. 또한 중요한 내용에는 밑줄을 긋거나 필자의 의견을 첨가한다.

마지막으로 선제공격을 하는 방법이다. 아직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거나 관심사이나 누구도 출간하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 칼럼이나 자료 혹은 책을 저술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분명히 고통스러운 작업이나 필자는 이 방법 역시 애호하는 편이다. 누구의 글이나 연구도 없었으니 필자의 주장이 곧 세상에서 그 주제를 정의하는 기준이 아니겠는가? 향후 새롭게 출간되는 다른 저자의 글은 필자의 글에서 기초하였을 가능성이 높으니 새로운 책이 발간될 때마다 아주 빠른 시간 내 관련 주제 전부를 독서할 수 있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