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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리의 이야기

집무실을 공개수배합니다.

시칠리아노 2004. 2. 19. 18:44
요즘은 하루 종일 일이 잘 안된다. 맘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무척이나 따지는 나로서는 요즘 사무실 내 자리에서 일하는 게 영 답답하고 부자연스럽다.

벤처에서 일하다가 에이전시에서도 일하고 솔루션 컨설팅 기업에서도 일하고 이제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팀장에서 이사로 다시 팀장으로 또 다시 이사로 근무하면서... 따지고보면 이사로 진급을 2번을 해 봤고 이사로 일해 본 회사가 4번째고 이사라는 타이틀로 일해 온 지가 5년차인데,

솔직히, 지금 회사에서는 내 방이 따로 없으니 내 마음대로 서류를 뒤적이고 내 마음대로 사이트를 검색하고 내 마음대로 자료를 만들고 회의하고 사무실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접대하는데 영 어색하다.

총 인원에 비해서 회사의 좌석수가 2/3정도이며, 모바일 오피스 시스템을 운영하여 아무 자리에나 앉아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인데, 내 앞 뒤 옆에 누군가가 앉아서 일한다는 것이, 내 뒤통수를 누가 쳐다볼 수 있다는 것이 어색해서 무엇인가에 집중하기에 부담스럽고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밤에 남아 일하거나 새벽에 출근하여 일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컨설턴트라는 직업때문에 고객사에 파견나가 좁은 자리에 몰려 앉아 일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능률이 뛰어난데 사무실에 돌아와 내 자리에만 않으면 불편하다.

내 방이 있어 내 나름대로의 그림을 맘껏 그리고 미팅하고 고민하는 그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방에 책을 꽃을 공간이 있어 내 책상에 널려있는 책들을 다 꽂아주고 그래도 빈 공간이 있어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겟다.

주말이든 새벽이든, 밤이든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혼자서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무실에 지인이 찾아와도 빈 회의실을 뒤적이지 않고 내 방에서 홍차를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공간을 누군가 마련해 준다면 그 회사의 자문으로 공짜로 일할 용의도 있다. 빨리 회사가 더 성장해서 더 많은 인력을 수용하지 못하여 더 큰 사무실로 이전하고 그래서 방이 몇 개 더 생겨나면 좋겠다.

오늘 이런 저런 일로 기분 드러우니 난데없이 방타령을 하게된다. 쩝...이다.